서리에 대한 잘못된 생각 창가에서의생활

서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연현상 말고. 좀 애교스러운 도둑질을 말하는 것이지요. 수박밭에서 수박 한개, 참외밭에서 참외 한두개 이런 정도의 수준을 이야기합니다. 뭐 그래도 일단 도둑질은 도둑질이지만, 주인이 그냥 허허~ 하고 넘어가니까 절도가 아니라 서리가 되는 거지요.

여기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이 더해지면, 농사짓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환장할 일이 벌어집니다. 길가다 탐스러워 보여서 과실 하나 따먹는 수준이 아니라, 밭을 싹~ 털어가면서 '이건 도둑질이 아니라 서리다!'라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주인이 신고를 안해서 그렇지 서리도 절도에 해당합니다. 절도죄가 친고죄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남의 재산을 주인의 허락없이 마음대로 가져간다는 점에서는 절도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재물 손괴죄도 해당되겠군요. 저는 법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정확환 죄목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1차로 절도가 있고, 수확방법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경작지를 들쑤시고 다녔으니 상한 것들도 꽤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익은거 덜익은거 구별하면서 쓸어갔을리도 없지요.

그리고 서리(어디까지나 그 사람들 표현으로)를 하다가 걸려서 주인이 뭐라고 하면 '무슨 시골 인심이 이래'라면서 되레 역정을 내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시골인심을 느끼고 싶으면 인심 잃을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_- 대체 도둑질을 하다가 되레 뻔뻔하게 '나는 잘못한거 없다, 뭐 그런거 가지고 야박하게 그러냐'라는건 어디서 온 심리랍니까. 진짜로 한두개 따다 걸렸으면 '지나가다 너무 맛있어 보여서 그만 손이 갔습니다, 죄송합니다.'이렇게만 나와도 뭐라 할분들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 심리라는 건 어디가나 비슷합니다. 시골사람이라고 특별히 인심히 후해야 할 이유도 없고, 도시사람이라고 모두가 다 박하게 구는 것은 아니지요. 다만, 이런건 재산에 관려된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이 민감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판매시 단가가 높은 작물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최근 시세로 마른고추가 600g당 약 2만원선까지 치솟기도 했다고 합니다. 비싸게 팔리는 것이야 농가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랄 수 있겠지만, 이정도로 비싸면 농가에서도 '비싸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본인들의 인건비를 생각하더라도요. 실제로 저는 저희 부모님께서 고추값이 만 칠천원이라고 하실때도 바로 '비싸다!'라는 소리가 나오더군요. 작년 기준으로 이상적인(?) 비싼가격이라면 600g당 만원가량이겠습니다만 지금은 뭐 꿈도 희망도 없는 가격이지요. 그렇다고 농가들이 웃음짓냐 하면, 이집도 저집도 올여름 비와 태풍에 다 털린터라 농가들 먹기도 솔직히 빠듯합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저희집 일이 아니라고 해도, 고추밭 하나를 통째로 털어간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화딱지가 날수 밖에요. 사건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세도 당당하게 떠들면서 털어갔다고 합니다. 목격하셨던 분도 워낙 당당하게 따고 있으니 뭐 친척쯤 되는가보다 했는데, 사실을 알고보니 밭이 다 털렸고 도둑맞은 집에는 당일날에 친척 비슷한 것도 왔다간 일이 없다고 합니다.

살기가 팍팍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으니까 좀 안 좋은 행동을 취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건 본인에게도 타인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라고 할 것이 못됩니다. 세상이 점점 모나고 거칠어져 가는 와중에, 이런 일은 세상을 더욱 거칠게 만드는 일입니다.

밭을 하나 털어가는 분들이 하신 일은 서리가 아니라 '절도'입니다. 그리고 설사 서리라고 해줄만한 수준으로 허락없이 가져가려다 들켰다해도 시골 인심 운운하지 마세요. 시골의 인심을 잃게 만든 것은 이상한 시골 인심을 기대한 당신들입니다. 세상 모두가 이유없이 관대할 수는 없습니다.

제발 허락받지 않고 그렇게 남의 것에 손대지 말아주세요. 가져가시는 분들한테는 기껏해야 한철 먹을거리인지 몰라도, 잃으시는 분들한테는 1년을 고생해서 벌어야 하는 재산입니다.

덧글

  • 소드피시 2011/09/04 21:09 # 답글

    서리가 절도란 건 이미 백만년 전부터 있었지 말입니다. 애들 장난이나 봐주는 걸 시골 인심 타령하는 순간부터 도시 말종 감방행 티켓 예약이지 말입니다. 아무튼 절도범들치고 순순히 인정하는 꼬락서니 본 적 없으니 도둑넘들 보고 역정내지 마시지 말입니다. 괜히 머리만 아프니까요. ㅋ
  • 미스트 2011/09/05 08:04 # 답글

    어디서 '우리 밭에서 당당하게 깻잎(이었을 겁니다. 아마도...)을 따고 있길래 누구냐고 물었더니 주말농장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고급 승용차를 옆에 대놓고는 너무나 당당하게 따다가 저런 변명까지 하더라고... ... ....
    그래놓고는 내가 밭 주인이고 지금 딴거 다 내놔라고 하니 시골인심이 뭐 이리 야박하냐고 그러더라고....
    허허허.... ... .....

    세상이 참..... .... .....
댓글 입력 영역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