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너희를 좋아할 순 없을것 같아 창가에서의생활

어제는 자뻑에 대한 자폭, 오늘은 취향에 대한 인증성 자폭(...)

넵, 간만에 블로그전선에 돌아와서 무너져가는 얼음집을 살려보고자 하는 시릴르입니다. 눈벽돌을 하나하나 쌓고 있기는 한데,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먹거리에 관한 포스팅. 그것도 제가 싫어하는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싫은 소리는 누구든 듣기 싫어하지만, 그래도 가끔 고해성사라도 하는셈 치고(...) 이런 소리 하는것도 괜찮겠지요. 아, 여기 기재되는 순서랑 제가 싫어하는 정도랑은 별 상관없습니다.
1번 타자는 풋고추, 정확히 말하면 생고추입니다. 누군가는 밥을 물에 말아서 풋고추+된장(혹은 쌈장)과 함께 먹으면 밥이 그냥 뚝딱 사라진다고 하지만, 저한테 고추를 먹으라는건 그저 고문일 뿐입니다. 매운맛은 싫어하지 않지만 생고추 특유의 느낌은 별로 취향이 아니더라구요. 맵고 쌉쌀하고 게다가 물었을때 입속에 즙까지 퍼지면서 혀를 무진장 난도질합니다.

친구들이랑 밥을 먹을 때야 그런 소리 들을 일이 없지만, 가끔 어른들하고 밥을 먹다보면 '너 왜 고추 안 먹니?'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대답하기가 참 난감합니다. 무슨 사내새끼가 고추도 못먹냐라는 말을 들은적도 있지요. 지금 그 말을 들으면 '사내'가 아니라 '사내새끼'라서 그렇다고 대꾸하겠지만, 뭔가 제가 자격미달인것만 같아서 속상할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억지로 먹어보려고 한적도 있지만 모조리 실패하고, 그냥 좀 모자란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세상에서 고추가 사라지면 안되니까, 그냥 제가 조금 모자라게 살래요. 그런 이유로 고추는 좋아하는 음식 대열에서 탈락!

2번 타자는 청국장. 이 녀석도 호오가 좀 많이 갈리지요. 좋아하는 분은 속된말로 환장을 하고, 저같은 사람은 쳐다보기도 싫어하니까요. 이 녀석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그 오묘한 냄새 때문인것 같습니다. 하숙집 어른들께서 비교적 청국장을 좋아하시는지라 가끔씩 청국장이 나오곤 하는데, 집에 있다보면 조리되는 중에 나는 그 오묘한 냄새가 묘하게 신경을 건드리지요. 아, 오늘은 왠지 저녁을 패스하고 비싼 간식을 먹고싶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청국장의 그 독특한 냄새는 발효과정중에 생기는 물질인가 미생물인가, 아무튼 제가 만들진 않았습니다(...) 어쨌든 그것 때문에 생긴다고 합니다. 그 냄새 때문에 된장보다 발효기간이 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발효기간은 된장이 훨씬 깁니다. 비교불허! 명불허전! 숙성의 왕 된장! 구분 못하는 사람은 찍어먹어봐야 안다! 그러니 찍어봐야 되는 저는 바보! 날 바보로 만드는 청국장이 싫어! 너의 그 향기도 마음에 들지 않아.

네가 향기로운 냄새를 온사방에 뿌린다면 모르겠지만, 아마 그래도 너는 싫어하는 음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치(훗)

3번 타자는 두번째로 나왔던 청국장과 비슷한 이유로 싫어하는 홍어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삭힌 홍어'입니다. 무식쟁이들이 까대는 재료로 쓰는 그 홍어 맞습니다. 전학생 어쩌고 하는 만화에 나왔던 그 홍어도 맞습니다. 애정과 증오와 우정과 모험이 함께하는 눈물의 음식...은 개뿔-_-

사실 홍어는 그냥 생으로 먹는게 맞다고 합니다. 삭힌 홍어를 어찌 먹게 되었느냐... 예전에는 홍어의 산지에서 소비지역까지 운반하는 기간이 비교적 길었고, 그 때문에 운반 도중에 홍어가 삭아서(혹은 상해서)맛이 얄딱꾸리하게 되었더랩니다. 그래서 그 시절에는 아 홍어란 놈은 이렇게 맛이 얄딱꾸리 하구나~했더랬지요. 요즘에는 운반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않기 때문에, 운반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삭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삭힙니다. 사실 그래서 그 밉상스러운 향과 맛이 강해지는 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저는 얘 무진장 싫어합니다. 다른 재료랑 합쳐져도 그 쏘는 맛과 향이 사라지지 않아요. 홍어무침? 삼합? 조카크레파스 십팔색깔이다-_-라는 소리가 절로 나옵지요.
마지막 생간. 얘는 맛이나 식감보다도 그 모양때문에 꺼려지는 녀석입니다. 뭐랄까 그 모양새가 정말 핏덩어리 같아서 젓가락을 대는 것은 둘째치고 쳐다보기도 좀 꺼려집니다. 언젠가 먹게 되서 그 맛에 홀딱 넘어갈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싫습니다. 무서워요. 아니 정말 못먹을걸 보는 느낌이랄까요. 핏기가 없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그건 또 생간이라 부르기에는 묘한 느낌입니다.

그러고보면 저는 익힌 간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런걸 보면 생것이기 때문에 싫어한다기보다는 그냥 간이라는 부분을 좀 안 좋아하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한 건강검진에서는 간을 먹는게 좋다고 했는데(...) 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을 얻을 다른 방법을 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진지하게요.

간단하게 주절거려봤습니다. 처음엔 싫어했던 순대를 지금은 먹게 된 것처럼, 이 친구들하고도 언젠가는 친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이 친구들을 좋아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덧글

  • 미자씨 2011/01/20 08:47 # 답글

    간이라면 철분? 철분이면...녹황색 채소...였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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